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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에 대한 소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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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에 대한 소설

썰렁아재 2026. 2. 1. 16:52

어리숙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짧은 소설로 담아보았습니다. 세상의 잣대로는 '바보'라 불리지만, 그 눈에 비친 세상은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붕어빵과 하얀 거짓말
동네 사람들은 기수를 '기수 바보'라고 불렀다. 기수는 그 별명이 나쁜 뜻인지도 모른 채, 누군가 자신을 불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헤벌쭉 입을 벌리며 웃곤 했다. 기수의 일과는 매일 오후 4시, 낡은 초등학교 앞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기수야, 오늘도 손님 없제? 이거 하나 묵어라."
포장마차 주인 김 씨 아저씨는 매일 옆구리가 터진 붕어빵 하나를 기수에게 건넸다. 기수는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는 바로 먹지 않았다. 품속 깊이 넣어 온기를 보존한 채, 동네 어귀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눈이 침침해 앞을 잘 못 보는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할매, 오늘 내가 돈 벌어서 샀다! 진짜다!"
기수는 서툰 발음으로 외치며 식어가는 붕어빵을 할머니 입에 넣어드렸다. 할머니는 기수가 어디서 돈을 벌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고, 우리 손자 장하네"하며 기수의 거친 손을 어루만졌다.
어느 날, 동네 불량배들이 기수를 놀리려 마음을 먹었다. 그들은 기수에게 가짜 지폐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야, 기수야. 이거 진짜 비싼 돈이거든? 이걸로 저기 가서 붕어빵 100개 사와. 남은 돈은 네가 가져."
기수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그 가짜 종이를 들고 김 씨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김 씨 아저씨는 그 종이가 전단지를 오려 만든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저씨가 화를 내려던 찰나, 멀리서 낄낄거리며 지켜보는 불량배들과 잔뜩 기대에 찬 기수의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며 붕어빵을 굽기 시작했다. 100개는 무리였지만, 종이봉투가 터지도록 붕어빵을 담아 기수에게 건넸다.
"기수야, 오늘은 운이 좋네. 이 돈이 딱 맞다."
기수는 신이 나서 봉투를 안고 집으로 뛰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불량배 중 한 명이 투덜거렸다. "뭐야, 저 아저씨도 바보 아냐? 저걸 진짜 받아주네."
그날 밤, 기수는 할머니와 함께 산더미 같은 붕어빵을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기수는 정말 바보였을까? 아니면, 기수의 미소를 지켜주고 싶었던 온 세상이 잠시 바보가 되어준 걸까.
밤하늘의 달빛이 기수의 지붕 위를 유난히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