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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관련 소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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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관련 소설

썰렁아재 2026. 2. 2. 16:25

이번에는 장소를 옮겨, 인간의 가장 무방비한 공간인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도 긴박한 검거 작전을 그려보겠습니다.
뜨거운 수증기 속의 추격자
안양천의 강바람보다 더 지독한 시련이 김 경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용의자가 도주로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동네의 낡은 대중목욕탕, ‘청수탕’이었다.
“AI캅, 너 진짜 들어올 거야?”
목욕탕 입구에서 김 경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건장한 형사 옆에 선 190cm의 거대한 금속 기계라니.
“용의자가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놓칠 확률 94%입니다. 또한 제 외장은 특수 방수 및 방열 처리가 되어 있어 100°C의 고온에서도 정상 기동이 가능합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분위기가 좀 그렇잖아.”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김 경사는 신분증을 내밀며 카운터를 통과했고, AI캅은 육중한 발소리를 내며 그 뒤를 따랐다.
탈의실을 지나 ‘남탕’의 육중한 문을 열자마자 뿌연 수증기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훅 끼쳐오는 열기와 비누 냄새. 그리고 수십 명의 알몸인 사내들이 경악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무, 뭐야 저 기계는!”
“경찰입니다! 다들 동요하지 마시고 제자리에 계세요!”
김 경사가 외쳤지만, 이미 탕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그 혼란을 틈타 탕 구석에서 바가지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사내가 벌떡 일어나 비상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놈이다! AI캅!”
추격이 시작됐다. 미끄러운 타일 바닥, 사방에서 튀는 물줄기. 김 경사는 미끄러지지 않으려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며 달렸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AI캅은 달랐다. 녀석의 발바닥에서 작은 돌기들이 튀어나오더니 타일 바닥을 움켜쥐듯 박차고 나갔다.
“바닥 마찰계수 0.12. 미끄럼 방지 모드 활성화.”
AI캅은 마치 빙판 위를 달리는 스케이트 선수처럼 매끄럽고 빠르게 수증기를 가르며 나아갔다. 용의자가 냉탕으로 뛰어들어 반대편으로 도망치려 하자, AI캅은 망설임 없이 냉탕 물속을 성큼성큼 걸어서 가로질렀다. 물속에서도 녀석의 움직임은 둔해지지 않았다.
“저리 안 비켜!”
궁지에 몰린 용의자가 근처에 있던 대형 고무 대야를 던졌다. 하지만 AI캅은 가볍게 고개를 까딱여 그것을 피하고는, 단숨에 용의자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검거 완료. 용의자 혈압 상승 중.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용의자는 물 젖은 생쥐 꼴이 되어 AI캅의 금속 손아귀에서 파닥거렸다. 김 경사는 헐떡거리며 다가와 용의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이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이 진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자, AI캅의 렌즈에 맺힌 김이 스르르 닦여 나갔다.
“야, 너… 몸에서 김 난다.”
실제로 AI캅의 금속 관절 사이사이에 스며든 뜨거운 수증기가 밖으로 배출되면서, 녀석은 마치 금방 쪄낸 만두처럼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다.
“내부 냉각 시스템 가동 중입니다. 김 경사님, 본체 온도가 38.5°C까지 상승했습니다. 시원한 식혜 한 잔이 필요한 상태로 분석됩니다.”
“자식, 농담도 할 줄 아네.”
김 경사는 땀을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옷은 젖고 꼴은 엉망이었지만, 이 든든한 ‘철제 파트너’ 덕분에 오늘도 사건 하나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목욕탕을 나서는 두 파트너의 등 뒤로,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