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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완벽한 이웃 본문
이사는 순조로웠다. 새로 구한 빌라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했고, 임대료는 이상할 정도로 저렴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옆집인 402호 남자가 아주 조용하다는 점이었다.
이사 온 지 일주일째 되던 밤, 지수는 복도에서 그와 마주쳤다. 남자는 늘 단정한 정장 차림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로 오셨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닫히기 직전, 지수는 현관 틈새로 기묘한 냄새를 맡았다. 아주 오래된 지하실의 곰팡이와 비릿한 쇠 냄새가 섞인 듯한 불쾌한 악취였다.
이상한 소음
그날 밤부터 소음이 시작되었다. 분명 옆집 남자는 혼자 산다고 했는데, 벽 너머에서 '질질' 무언가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주 무거운 가죽 포대를 바닥에 문지르며 걷는 듯한 소리였다.
* 오전 2:00 : 거실 벽을 긁는 소리.
* 오전 3:15 :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낮은 웃음소리.
* 오전 4:00 : 다시 시작되는 질질 끄는 소리.
참다못한 지수는 다음 날 낮, 옆집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현관문 아래 틈새로 검붉은 액체가 아주 조금 흘러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멍 너머의 진실
지수는 공포에 질려 경찰에 신고하려다, 문득 자신의 방 침대 옆 벽에 작은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이사 올 때부터 있던, 전 세입자가 못을 박으려다 실패한 듯한 구멍이었다. 지수는 홀린 듯 그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댔다.
옆집은 어두웠다. 하지만 달빛이 창가로 스며들어 거실의 윤곽이 보였다.
그곳엔 옆집 남자가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거꾸로 서서 천장에 발을 붙인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수십 개의 '사람 얼굴'들이 가죽처럼 기워져 커다란 포대 모양을 하고 질질 끌리고 있었다.
그때, 천장을 걷던 남자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180도 꺾어 벽의 구멍을 정확히 응시했다.
> "지수 씨, 구멍으로 보는 건 예의가 아니죠."
>
남자가 미소 지었다. 그의 입이 얼굴 옆면까지 찢어지며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지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옆집에서 들리던 '질질' 끄는 소리가 이제 지수의 방문 바로 앞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철컥. 잠가두었던 지수의 현관문 고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